<기억극장> 은 1912년부터 2008년까지 오랫동안 제주 지역의 공공병원으로 사용되었던 장소 에서 촬영되었다. <기억극장> 은 공공병원으로 사용된 이 시기 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 ‘이아’ 라는 조선의 관공서로 사용되었던 때로부터, 병원 이전으로 거의 십 년간 비어 있었던 가까운 과거, 그리고 ‘예술공간 이아’ 라는 문화공간으로 재오픈한 현재의 시간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기억극장>의 텍스트들은 이 장소 연관된 오래된 기록과 문헌들, 그리고 이 장소에 대한 기억 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인터뷰로부터 수집된 것들이다. 그 가운데는 동백숲으로 유명했던 시기 에 지어진 시들과 병원에서 근무했던 간호사, 약제사, 관리인 등의 이야기들, 또 그들의 기억으 로부터 소환된 죽은 장의사가 있다. 이 이야기들은 연극배우 곽지숙에 의해 ‘공연’ 된다. 화장터, 영안실, 병실, 복도 등이었던 병 원의 장소들은 이 기억을 위한 무대이자 촬영 세트가 되고, 여러 인물들의 기억은 배우의 몸과 소리를 통해 공연된다. 배우는 자신의 몸과 소리에 타인의 기억들을 실어 공연하면서, 병원과 연관된 자신의 기억을 함께 연기한다. 호스피스 병동에서 어머니의 마지막 시간들을 함께 보냈 던 기억은 수집된 다른 이들의 기억과 함께 뒤섞인다. <기억극장> 의 장소는 성벽이라는 오래된 도시의 공간적 경계와, 신도시로 인해 비어버린 구도 심의 시간적 경계에 대한 상징이다. 또한 <기억극장> 은 오랫동안 빈 채로 방치되었다가 다시 새로운 공간으로 오픈하기 직전의 시기에 촬영되었다. 다른 공간으로 변모하기 직전 이 장소는 과거와 현재의 인물들이 일시적으로 기억을 소환하고 공연하는 ‘일시적 극장’ 이 된다.
제주문화예술 재단 제작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