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9년 소설가 박태원은 친구 김기림에게 꿈 이야기를 편지로 써서 보낸다. 그는 꿈 속 에서 죽 은 이상과 경성거리를 쏘다니고 같이 카페를 갔다는 이야기를 한다. ‘죽은 친구와 꿈 속을 거닐다’ 라는 작품의 제목은 이 이야기에서 출발한 것이다. 죽은 친구와 꿈 속을 거니는 것. 그것은 내가 오랫동안 과거의 사물과 공간을 통해 과거의 시간들을 해석하 고자 했던 시도를 매우 적절하게 묘사하는 문장이었다. 과거를 여행한다는 것은 마치 꿈 속처럼 익숙하고도 낯선 공간속을 헤매는 것이며, 또한 이미 죽어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는 이들을 만나는 일이다. ‘죽은 친구와 꿈 속을 거닐다’ 라는 문장은 그 모호함과 알수 없는 속도에 대한 느낌을 담고 있다. 이 작품의 공간인 ‘익선동’ 은 1930년 당시 건설회사 ‘건양사’를 운영하던 정세권이 도시형 한 옥마을로 개발한 것이다. 익선동은 최초의 계획주거 단지이자, 최초의 부동산 개발지역이라고 할 수 있다. 1960 ~ 1970년대는 최초의 요정이었던 ‘오진암’ 을 비롯해서 ‘명월’ 과 ‘대하’ 등 고위관리들이 들락거리는 환락가의 중심이었다. 아직도 이 골목 곳곳엔 당시 성업하던 한복집 의 간판들이 간간이 눈에 띄인다. 2000년 이후로는 주변에 게스트하우스들이 들어서고, 각 방 을 쪼개서 세를 사는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사는 곳이 되었고,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한옥마을이 되었다. 서울에서 80년 넘게 보존된 공간을 만나는 것은 무척이나 드문일이다. 영상작품 ‘죽은 친구와 꿈 속을 거닐다’ 에서 카메라는 천천히 그 오래된 골목길을 거닌다. 그러 나 골목길을 돌아 돌아 다시 같은 길을 맴돈다. 그 길을 지나는 동안 밤에서 낮으로, 다시 낮에 서 밤으로 시간 역시 그 곳을 맴돈다. 시작도 없고 끝도 없지만 시간은 흐른다. 과거도 현재도 아닌 그 곳. 하지만, 그곳에서 매번 새로운 풍경을 발견하게 된다. 어쩌면 우리가 과거의 시간 을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